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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한일전 4연패 참사' 막내들이 끊는다…21년 만의 우승 '결연한 의지'까지

운명의 날이 밝았다. 우승이 걸린 결승전 무대에서 ‘한일전’이 펼쳐진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2일 오후 9시(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결승에서 일본과 격돌한다. 단 한 팀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외나무다리에서 펼쳐지는 한일전이다.여러 의미가 담긴 경기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유독 우승과 인연이 많지 않았다. 2회 대회였던 1986년 대회, 그리고 2002년 대회 우승이 전부다. 마지막 우승 이후 결승만 두 차례 올랐으나 번번이 우승에 실패했다. 가장 최근 대회인 2018년 대회 땐 4강에 만족해야 했다. 21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은 지난해 1월 변성환호가 출범하면서 삼았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하다. 이제 단 한 걸음만 남았다. 한국축구 전반에 걸친 한일전 참사를 끊어낼 무대이기도 하다. 한국은 연령별 대표팀을 가리지 않고 최근 한일전에서 4경기 연속 0-3 완패를 당하고 있다. 2021년 A대표팀의 요코하마 참사를 시작으로 2022년 6월 U-16 대표팀 친선경기와 AFC U-23 아시안컵 8강,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잇따라 일본에 0-3으로 졌다. 한국축구의 굴욕적인 역사를 대표팀 막내들이 ‘우승’과 함께 설욕해야 할 경기다. 변성환호도 최근 한일전 4연패 역사에 포함돼 있다. 이번 경기를 벼르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0-3으로 졌다. 변성환호 출범 이후 5개월 만에 치른 경기라 많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시기에 완패를 당했다. 당시 한일전 완패를 경험했던 선수들 상당수가 이번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변성환 감독이 대회 전부터 일본과의 결승전 매치업을 상상했던 것도 결승 무대에서의 ‘설욕 의지’가 깔려 있다.물론 만만치는 않은 상대다. 일본은 디펜딩 챔피언이자 이 대회 최다 우승팀(3회)이다. 앞서 조별리그에서도 베트남을 4-0으로, 인도를 8-4로 완파하는 등 3경기에서 13골을 넣었다. 토너먼트에서도 호주를 3-1로, 이란을 3-0으로 잇따라 완파했다. 결승까지 향하는 5경기에서 무려 19골을 넣었다. 1985년 이 대회가 처음 시작한 이래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2연패에 도전하는 팀이다. 그러나 변성환호 역시도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에 거침이 없었다. 카타르를 6-1로, 아프가니스탄을 4-0으로 완파하는 등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개최국 태국마저 4-1로 완파했고,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에서도 1-0 승리를 거뒀다. 한국이 결승에 오른 건 9년 만이자 3개 대회 만이다. 최근 대회와 비교해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는 의미다. 특히 넘치는 자신감은 이번 결승 무대를 더욱 기대케 하는 요소다. 변성환 감독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은 앞선 8강, 4강보다 더 완벽하다. 누구를 우선 선발로 내세워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대회 전에 상상했던 매치업이 성사됐다. 양 팀 다 멋진 승부로, 페어플레이와 좋은 경기력으로 멋있는 경기를 한 번 했으면 한다”고 밝혔다.선수들의 의지도 결연하다. 우승이 걸린 결승 무대에서 마주한 일본을 꺾고 반드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는 각오다. 임현섭(매탄고)은 “대회 오기 전부터 목표는 21년 만의 우승이었다. 결승전을 멋있게 마무리하고 싶다”며 “매일 미팅할 정도로 선수단 분위기가 좋다. 미팅에서 ‘우리가 한번 역사를 써보자’는 말을 많이 했다. 한마음으로 뭉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연한 의지를 한일전 승리와 우승이라는 결실로 이뤄낼 일만 남았다.김명석 기자 2023.07.02 07:03
프로야구

[IS 시선] 반복되는 아픔·초토화된 한국 야구…'야구 백서' 만들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2006년 창설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들이 출전하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대항전이다. 축구로 따지면 월드컵이나 다름 없다. 세계 최고의 '야구 월드컵'에서 한국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회 WBC에서 2승 2패로 탈락했다. '약체' 중국과 체코에 승리를 거뒀을 뿐, 우리보다 한 수 아래 호주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일본에는 4-13으로 무릎을 꿇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최고급 호텔에 한식 전담 요리사를 배정하고, 모든 선수에게 태블릿 PC를 제공해 전력 분석까지 용이하도록 지원했다. 이번 대회 B조는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3개국의 전력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쿠바와 이탈리아가 2라운드에 진출한 A조는 대만과 네덜란드, 파나마까지 5개 팀 모두 2승 2패 대혼전 양상을 보였다. 미국이 속한 C조 역시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도미니카공화국-푸에르토리코가 속한 죽음의 D조는 우승 후보로 가득하다. 한국은 가장 약한 조에 편성됐음에도, 1라운드 탈락했다. 결과 외에도 저조한 경기력에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 한국 야구는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이후 고전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땄지만 선수 선발 논란이 불거졌다. 2020 도쿄 올림픽과 2023 WBC에선 치욕을 맛봤다.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 2009 WBC 준우승의 옛 명성은 모두 사라졌다. 타이중(2013 WBC) 참사, 고척 참사(2017 고척), 도쿄 참사(2023 WBC)까지, 모두 '참사'라고 불릴 만큼 한국 야구는 초토화됐다.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선수들의 기량이나 책임감이 과거보다 떨어진다. 계속된 논란으로 대표팀 감독 전임제를 포기하고 프로 우승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다시 맡겼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리그 월드 투어(취소)나 미국 현지에서 KBO리그 개막전 추진 등 외연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트라이크존까지 확대했지만, '임시 처방'에 불과했다. 2차 드래프트 폐지와 재도입, 신인 1차 지명 폐지와 부활, 외국인 연봉 상한선 등의 규정과 제도는 너무 자주 바뀐다. 구단들의 이익과 근시안적 논리 탓이다. 이런 다양한 요인들로 한국 야구는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 한국 야구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면, KBO리그의 근간인 유소년 야구도 흔들린다. 벌써 야구 대신 축구나 다른 인기 스포츠를 하려는 선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아픔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의 환희와 명성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KBO와 구단, 아마 야구가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지금 당장 현실을 인정하며 문제점을 짚고, 미래를 준비하는 '야구 백서'를 만들자. 또다시 이런 아픔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있어야 한다. 야구인들끼리 "(대표팀에 있지 않은) 분들이 되게 쉽게 하시는 것 같다. 같은 야구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아쉬운 거 같다"며 내부 총질을 할 때가 아니다. 이형석 기자 2023.03.15 19:45
프로야구

기적은 없었다…한국, 583일 만에 또 '야구 참사'

결국 또 한 번 '야구 참사'가 발생했다.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은 13일 중국과 최종전을 치르기도 전에 B조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1승 2패를 기록한 대표팀은 중국전에 앞서 열린 호주-체코전에서 '체코가 4실점 이상 하면서 승리'하는 시나리오가 선행해야 2라운드 진출을 기대할 수 있었다. 중국을 꺾는다는 가정하에 한국·호주·체코가 모두 2승 2패 동률을 이룬 뒤 '동률팀 간 경기의 실점률'을 따지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야 했다. 하지만 호주가 체코를 8-3으로 꺾으면서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졌다. B조에선 일본(4승)과 호주(3승 1패)가 2라운드 티켓을 손에 넣었다.기적은 없었다. 대표팀은 지난 9일 호주와 1라운드 첫 경기를 7-8로 패했다. 0-2로 뒤진 5회 말 터진 양의지(두산 베어스)의 스리런 홈런으로 점수를 뒤집었지만, 불펜이 맥없이 무너졌다. 7회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8회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연속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4-8로 뒤진 8회 말 3점을 추가, 턱밑까지 따라붙었지만 2사 만루에서 나성범(KIA)이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됐다. 5회부터 가동된 불펜에서 제 역할을 한 선수를 꼽기 힘들 정도로 집단 난조가 심각했다.10일 열린 일본전에선 4-13으로 대패를 당했다. 3회 초 양의지의 홈런과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의 적시타를 묶어 3-0 리드를 잡았지만 3회 말부터 마운드가 무너졌다. 장단 13안타를 허용하며 도쿄돔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기록했다. 선발 김광현(SSG 랜더스)이 3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9명의 불펜 투수가 힘겹게 잔여 이닝을 막았다. 메이저리그(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일본의 승리 확률이 6회 말 이미 99%까지 측정됐다. 대표팀 간판 이정후는 "야구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생각이 계속 날 거 같다. 분한 것도 있고 여러 감점이 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12일 체코를 꺾고 첫 승리를 신고했으나 2라운드 진출까진 역부족이었다. 체코전 이후 여러 경우의 수가 쏟아졌지만 '자력으로' 다음 라운드에 나서지 못한다는 거 자체가 '굴욕'에 가까웠다. 최소 8강, 내심 4강 진출까지 기대했던 한국야구위원회(KBO)로선 충격에 가까운 성적표다.한국은 2021년 8월 7일 '요코하마 참사'를 경험했다. 당시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도쿄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을 6-10으로 패해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을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한국은 무려 13년 만에 치러진 올림픽 야구에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일본 땅을 밟았다. 올림픽 메달이 쉬운 건 아니지만 '아시아 라이벌' 대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출전을 포기했고 '아마 최강' 쿠바는 미주 예선에서 탈락했다. 출전국이 6개 많지 않아 '메달이 희망적'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결과는 빈손이었다. 동메달 결정전으로 가는 과정에서 일본(승자 준결승)과 미국(패자 준결승)에 연이어 덜미가 잡히기도 했다.도쿄 올림픽 이후 프로야구 안팎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됐다. 도미니카공화국전 패배 후 583일 만에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사'와 다시 마주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13 15:13
프로축구

'도요타 참사' 벤투호, 일본에 0-3 완패... 막을 힘이 없었다

‘도요타 참사’가 현실이 됐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추국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지난해 3월 요코하마에서 0-3 치욕적인 패배에 설욕을 하지 못했다. 일본과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42승 23무 16패가 됐다. 한국은 다 잡은 대회 우승을 노렸다. 2003년 출범한 동아시안컵 남자부에서 역대 최다인 다섯 차례이자 최근 세 차례 연속(2015, 2017, 2019)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은 일본에 역전 우승을 당했다. 경기 직전까지 2승(승점 6)이었던 한국은 1승 1무(승점 4)인 일본과 비기기만 해도 대회 우승을 할 수 있었으나, 이날 경기 패배로 승점이 뒤집혔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을 선발 원톱 스트라이커로 꺼냈다. 조규성을 중심으로 나상호(FC서울)와 엄원상(울산 현대)을 좌우 측면 공격수로 나선다. 중원은 권창훈(김천), 김진규(전북 현대)가 맡았다. 좌우 윙백은 김진수, 김문환(이상 전북)이었다. 중앙 수비수는 권경원(감바 오사카), 박지수(김천),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이 출격했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일본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한국은 전반 내내 일본의 공세를 막아내기 바빴다. 반면 한국은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한국의 골문이 열렸다. 후반 4분 후지타 조엘의 크로스를 문전으로 쇄도하단 소마가 헤딩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추가 실점은 후반 18분에 나왔다.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사사키 쇼가 헤딩 슛으로 한국의 골문을 열었다. 위기는 계속됐다. 일본이 한국 수비 진영에서 우세적인 공격을 계속했다. 한국은 막아내기 급급했다. 결국 쐐기 골이 터졌다. 후반 27분에 마치노 슈토가 막으려는 수비수도 없는 완벽한 기회 속에 쐐기골을 넣었다. 한국은 일본을 막을 기력이 전혀 없었다. 한국은 후반 31분에야 송민규가 첫 유효 슛을 기록했다. 김영서 기자 2022.07.27 21:18
야구

민낯 드러낸 '노메달' 한국 야구...프로야구도 위기

성적은 초라했고, 과정은 조금도 박수를 받지 못했다. 2020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의 현주소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7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6-10으로 졌다. 굴욕이었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했지만 '노메달'로 레이스를 마쳤다. 6개 팀만 참가해 한국의 메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아시아 라이벌' 대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회 출전을 포기했고 '아마 최강' 쿠바는 미주 예선에서 탈락해 도쿄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그런데도 한국 야구는 4위에 그쳤다. '숙적' 일본이 5전 전승으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대표팀이 받아든 성적표가 더 초라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3승 4패를 기록했다. 4일 열린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전에서 2-5로 패했고, 이튿날 치른 미국과의 2차(패자) 준결승전에서도 2-7로 완패했다. 도미니카전까지 3연패를 당하며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야구팬은 결과보다 과정에 더 분노하고 있다. 대표팀은 선수 선발부터 논란을 자초했다.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회는 내야수 박민우(NC)와 투수 한현희(키움)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태극마크를 반납하자, 김진욱(롯데)과 오승환(삼성)을 대체 선수로 발탁했다. '신인' 김진욱은 국제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량이, 오승환은 과거 도박으로 징계받은 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두 선수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진욱은 패전조 임무만 맡았다. 오승환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6-5로 앞선 8회 초 등판했지만, 1이닝도 막지 못하고 4피안타(1피홈런) 5실점 하며 역전 빌미를 제공했다. 김경문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4일 일본전 8회 초에서는 멘털이 흔들린 고우석(LG)을 고수하다가 대량 실점을 자초했다. 고우석은 8회 초 1사 1루에서 실책성 베이스커버로 출루를 내준 뒤 폭투와 볼넷까지 허용한 상태였다. 결국 만루에서 야마다 테츠토에게 3타점 좌전 안타를 맞았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내일(패자 준결승) 경기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고우석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게 이상적이었다"라고 했다. 야구팬은 더 큰 비난을 쏟아냈다. 5일 미국전에서는 1-2, 1점 뒤진 6회 말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이 익숙하지 않은 원태인을 투입했다. 제구 난조가 확연히 드러났지만, 그가 안타 2개를 허용한 뒤에도 한 타자를 더 맡겼다. 원태인이 볼넷을 내준 뒤에는 조상우를 투입했다. 조상우는 한국이 치른 앞선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해 공 90개를 던졌다. 어깨가 무뎌진 투수를 굳이 내세웠다. 조상우는 안타 2개를 허용했다. 한국은 미국전 6회 수비에서만 5점을 내줬다. 공격력도 형편없었다. 11-1 콜드게임으로 승리한 2일 이스라엘전을 제외하면 경기당 득점이 3.67점에 불과했다. 양의지(NC)·오재일(삼성) 등 KBO리그에서 고액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 어처구니없는 스윙을 연발한 탓에 야구팬의 화는 더욱 커졌다. 일본·미국전에서는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1회 득점 기회에서 후속타 불발로 무득점에 그쳤다. 여기에 벤치는 경험이 많은 선수만 맹신했다. 김경문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기용한다"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동메달 결정전 인터넷 중계 응원 창에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응원하며 대표팀의 ‘노메달’을 기원하는 팬들의 냉소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병역 미필자를 대상으로 ‘군대 가자’는 조롱까지 나왔다. 도쿄올림픽에서는 수영, 육상, 다이빙, 근대5종 등 한국 스포츠의 불모지에서 묵묵하게 땀을 흘려왔던 선수들이 의미 있는 기록을 냈다.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응원을 받았다. 반면 야구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늘 팬들의 응원을 받는 프로 선수들로 이뤄졌는데,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서 대비를 이뤘다. 한국 야구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빈약한 선발, 폭발력과 짜임새가 없는 타선 등 처참한 국제 경쟁력의 현주소를 확인했다. 문제는 이렇게 민낯을 드러낸 게 향후 프로야구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선수들의 거듭된 일탈로 커진 야구팬의 피로감은 올림픽 참사로 더 증폭됐다. 한국 야구가 출범 최대 위기에 빠졌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8.09 08:21
야구

'준결승 진출' 김경문 감독 "선발투수 김민우, 미안하다"

도쿄올림픽 준결승 진출을 확정한 김경문 한국 야구 대표팀 감독이 선발투수 김민우(한화 이글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대표팀은 2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11-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도쿄올림픽은 5회 15점 차 이상, 7회 10점 차 이상일 경우 콜드게임 승리가 선언돼 경기가 자동으로 종료된다. 이로써 한국은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일본-미국전 승자와 오는 4일 저녁 7시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3-1로 앞선 5회 초 김민우는 1사 후 이스라엘 미치 글래서에게 볼넷을 내주고 교체됐다. 국제대회 첫 선발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피안타 2개, 무실점 호투를 이어가고 있던 만큼 김민우에게는 아쉬움이 따를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공을 넘겨 받은 최원준이 4사구 3개로 밀어내기 점수를 허용했다. 김민우는 자신이 남겨 놓은 주자가 홈을 밟아 실점까지 기록했다. 다행히도 대표팀은 조상우가 3-1로 쫓긴 2사 만루에서 등판한 조상우가 라이언 라반웨이의 뜬공을 직접 잡아 아웃시키면서 위기를 탈출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뒤 승리 소감을 묻는 질문에 "오늘 감독 입장에서는 김민우의 승리투수 요건을 챙겨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문을 뗐다. 이어 "대표팀의 승리가 중요했다. 중요한 일전이 남아 있으니까 그 1승은 다음에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대표팀은 전날(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녹아웃 스테이지 1라운드에서 9회 말 김현수의 끝내기 안타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뒀다. 이날 이스라엘전이 낮 12시에 시작돼 약 13시간 정도의 휴식만 하고 바로 경기를 뛰었다. 김경문 감독은 "어제 9회 역전한 분위기가 오늘 경기 초반 좋은 흐름으로 잘 진행된 거 같다"며 "낮 경기가 처음이어서 다소 걱정했는데, 선수들이 준비를 잘하고 컨디션을 잘 맞춰 좋은 결과를 얻었다"라고 돌아봤다. 한국은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스라엘에 1-2로 패하는 '고척 참사'를 경험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두 차례 모두 이겼다. 김 감독은 "이스라엘은 지난 29일 맞대결 때부터 전력분석 자료보다 투수력이 훨씬 좋았다. 수비도 굉장히 탄탄했다"며 "경기 일정 탓에 투수들이 계속 공을 던지면서 다소 지친 게 아닌가 싶다. 반면 우리 타자는 경기를 치를 수록 타격감이 살아나 점수를 많이 올렸다"라고 기뻐했다. 이형석 기자 2021.08.02 17:30
야구

킨슬러·라반웨이 2명에 몰린 한국, 미국은 프레이저가 있다

한국 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이스라엘에 신승을 거두고 도쿄올림픽 첫 승을 거뒀다. 미국전 숙제를 확인했다. 한국은 29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의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6-5로 승리했다. 홈런으로만 두 차례 동점을 만들고, 오지환이 역전 적시타를 치며 앞서갔다. 그러나 9회 초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동점을 허용했다. 연장 승부치기에서 운이 따랐다. 2사 2·3루에서 연속 사구를 얻어내며 경기를 끝냈다. 이스라엘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됐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1라운드 1차전에서 1-2로 일격을 당한 탓에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의 경계심이 컸지만, 이 점을 감안해도 이스라엘전 패전은 '참사'로 여겨질만큼 승리 기대치가 높았다. 이스라엘에 현역 메이저리거는 없었다. 그러나 KBO리그 대표 영건뿐 아니라 최고의 마무리 투수까지 메이저리그(MLB) 출신 베테랑 타자들에게 일격을 당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원태인은 0-0으로 맞선 3회 초 1사 2루에서 이안 킨슬러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슬라이더가 통타당했다. 킨슬러는 MLB에서 1888경기에 나선 선수다. 올스타 4회, 골드글러브(2루수) 2회를 수상했다. 2019시즌을 끝으로 MLB에서는 은퇴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독립리그에 입단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 경기에서 홈런뿐 아니라 날렵한 수비도 해내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한국 에이스 원태인도 일격을 당했다. 최원준도 한 방을 허용했다. 4회 초 무사 1루에 등판한 그는 세 타자를 모두 삼지 처리했고, 5회도 삼자범퇴로 막았다. 그러나 6회 1사 뒤 대니 발렌시아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2사 뒤 상대한 라이언 라반웨이에게 좌중간 투런 홈런을 맞았다. 라반웨이는 2017 WBC에서도 선발 포수로 나선 선수다. MLB에서도 10시즌 동안 몸담았다. 실투는 놓치지 않았다. 라반웨이는 오승환도 공략했다. 한국은 2-4로 뒤진 7회 말 이정후와 김현수가 백투백 홈런을 치며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2사 2루 기회에서 오지환이 우중간 적시타를 치며 5-4로 역전했다. 8회는 두 팀 모두 무득점. 그러나 한국이 승리를 목전에 둔 9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라반웨이가 오승환의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빅리그 경험이 있는 베테랑 타자를 향한 경계 경보가 울렸다. 킨슬러, 라반웨이 두 타자의 영향력이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31일 상대하는 미국도 그런 타자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1244경기에 나선 토드 프레이저다. 2016시즌 40홈런을 기록한 타자다. 이름값으로는 킨슬러 이상이다. 미국전 숙제가 확실하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7.29 22:40
야구

야구대표팀은 ‘고척 참사’ 잊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이스라엘전만 있다.” 김경문 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이 도쿄에 도착해 남긴 말이다. 김 감독은 대표팀이 처음 소집된 17일에도 “대회 첫 경기인 이스라엘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유가 있는 경계심이다. 한국은 29일 오후 7시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은 13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야구의 ‘디펜딩챔피언’이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첫 상대 이스라엘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 24위다. 한국(3위)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야구는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종목이다. 그래서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스라엘을 경계했다. 그럴 만한 기억이 있다. 한국은 2017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1차전에서 1-2로 졌다. 이른바 ‘고척 참사’로 기억되는 패배. 이대호·손아섭·양의지 등 당시 KBO리그 최고 타자들이 나섰지만, 생소한 이스라엘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했다. 김 감독은 “그때 이스라엘전은 당황하다가 진 경기”라고 돌아봤다. 이스라엘은 객관적인 전력도 만만치 않은 팀이다. AP통신은 올림픽 야구 메달권 국가를 전망하며 일본, 미국, 이스라엘을 꼽았다. 4년 전 한국에 패배를 안긴 WBC 출전 멤버가 이번에도 대거 출전한다. WBC에서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된 조시 자이드가 대표적이다. 연장 10회 초 2사 1·3루에서 임창용(은퇴)으로부터 결승 내야 안타를 친 스캇 버챔도 있다. 이스라엘 마운드를 이끈 포수 라이언 라반웨이도 이름을 올렸다. 또 메이저리그(MLB)에서만 1888경기에 출전하며 통산 1999안타를 남긴 내야수 이안 킨슬러 같은 스타도 있다. 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올림픽을 위해 배트를 다시 잡았다. 유대계인 그는 지난해 3월 이스라엘 시민권을 취득했고, 미국 독립리그에 입단해 실전 감각도 끌어올렸다. MLB 864경기를 뛰며 96홈런을 기록한 외야수 대니 발렌시아도 경계 대상이다.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20대 오른손 투수 잭 바이스와 왼손 투수 제이크 피시먼도 주목해야 한다. 에릭 홀츠 이스라엘 대표팀 감독은 “어떤 팀을 만나든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여유를 부렸다. 반면 도전자 같은 챔피언 한국은 끝까지 신중한 자세다. 김 감독은 이스라엘전 선발 투수로 대표팀 에이스 원태인(21)을 예고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7.29 07:52
축구

톱 시드 놓친 한국…일본·이란 다 부담되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가 암초를 만났다.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껄끄러운 상대인 일본과 이란 중 한 팀과 같은 조에서 경쟁하게 됐다. 이란이 최종 예선 구도를 뒤흔들었다. 이란은 16일 2차 예선 C조 최종전에서 이라크를 1-0으로 꺾고 조 1위로 올라서며 최종 예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2차 예선에서 한 때 조 3위로 처져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홍콩(3-1 승), 바레인(3-0 승), 캄보디아(10-0 승)에 이어 이라크까지 잡고 4연승으로 순위를 뒤집었다. 최종 예선 조 편성은 이달 말 발표하는 6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 따른다. 12개 팀을 6개 팀씩 2개 조로 나누는데, FIFA 랭킹 순으로 두 팀씩 묶어 1~6번 포트에 배정한다. 다음 달 1일 조 추첨에서 같은 포트에 속한 두 팀을 서로 다른 조에 배정한다. 5월 랭킹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 3위인 한국(39위)은 2번 포트에 들어간다. 한국보다 순위가 높은 일본(28위)과 이란(31위)이 1번 포트에 속해 양쪽 조로 나뉘게 된다. 물론 6월 랭킹이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한국이 8계단 높은 이란을 뛰어넘긴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 최종 예선에서 1번 포트의 일본 또는 이란 중 한 팀과 같은 조에 묶이게 된다. 그나마 2번 포트에 함께 이름을 올릴 호주(41위)를 피하는 게 위안거리다. 한국에 있어 일본전은 심리적 압박감이 큰 승부다. 한일전 역대전적은 80전 42승 23무 15패로 한국이 우세지만, 해외파를 총망라한 최근 두 차례 맞대결에서 한국이 연거푸 0-3으로 완패했다. 2011년 맞대결은 ‘삿포로 참사’로, 10년 만의 리턴 매치였던 3월 승부는 ‘요코하마 참사’로 각각 기록됐다. ‘요코하마 참사’ 당시 손흥민(29·토트넘), 황의조(29·보르도) 등 한국의 핵심 공격진이 빠진 점을 고려해도 전반적인 경기력과 전술적 대응 능력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이란은 더 버겁다. 상대 전적도 열세다. 31전 9승 9무 13패다. 특히 최근 6차례 맞대결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무 4패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2014, 18년) 최종예선에서 한국은 이란과 경쟁하며 간발의 차이로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최종 예선 진행 방식도 주요 변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당초 9월부터 내년 3월까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팀당 10경기씩 치르는 스케줄을 짰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이달 열린 2차 예선처럼 조별로 한 곳에 모여 일정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변경을 검토 중이다. 한곳에 모여서 할 경우 원정경기 장거리 이동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촘촘한 일정이 문제가 된다. 초반 몇 경기에서 삐끗하면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은 4.5장이다. 각 조 1·2위 네 팀은 본선에 직행한다. 조 3위 두 팀은 플레이오프(PO) 맞대결을 통해 대륙 간 PO에 나갈 한 팀을 정한다. 아시아·북중미·남미·오세아니아에서 한 팀씩 모두 네 팀이 대륙 간 PO를 벌여 1, 2위가 마지막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는다. 최종 예선에는 반가운 이름도 있다. ‘항서 매직’ 박항서(61)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92위)이 자국 축구 역사상 처음 월드컵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16일 2차 예선 최종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에 2-3으로 졌지만, G조 2위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베트남이 최종 예선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묶일 경우, 외국인 감독(파울루 벤투·51·포르투갈)의 한국과 한국인 감독(박항서)의 외국팀이 본선행을 다투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진다. 박 감독은 16일 한국 미디어와 비대면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한국과는 (최종 예선에서) 만나지 않는 게 좋다. FIFA 랭킹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늘의 뜻으로 맞붙게 된다면, 도전하는 입장에서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1.06.17 08:12
축구

득점·전술·투혼 없었다…요코하마 참사

1954년 처음 열린 축구대표팀 한일전을 앞두고 당시 한국 선수단은 ‘지면 현해탄(대한해협)에 빠져죽겠다’는 각오로 일본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다. 결과는 5-1 대승. 한국은 이어 열린 2차전 결과(2-2무)를 묶어 같은해 열린 스위스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67년 후 열린 통산 80번째 한일전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였다. 스코어, 전술, 흐름, 투지까지 철저히 일본에 밀렸다.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도전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요코하마 참사’였다. 25일 일본 요코하마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A매치 한일전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 끝에 0-3 완패로 끝났다. 세 골 차 패배는 2011년 삿포로에서 당한 0-3 참패 이후 10년 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8위 한국은 일본(27위)을 맞아 전반 2골, 후반 1골을 잇달아 내주며 무너졌다. 일본전 상대전적은 42승23무15패가 됐다. 한국은 사실상 2진급 멤버로 나섰다.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및 코로나19에 따른 소속팀 차출 규정 탓에 합류하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한국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이강인(발렌시아)을 최전방에 세우는 ‘제로톱(최전방과 2선 구분 없이 상대를 교란하는 공격 전형)’ 전술을 꺼내 들었다. 2선에 기용한 나상호(서울), 이동준(울산) 등 발 빠른 공격수들과의 시너지를 기대한 변칙이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상대의 적극적인 압박과 패스워크에 수비라인이 허물어졌고, 공격수들은 고립됐다. 첫 실점은 전반 16분에 나왔다. 한국 수비수들이 위험지역에서 볼 처리를 미루는 사이, 오사코 유야(베르더 브레멘)의 힐패스를 받은 야마네 미키(가와사키)에게 골을 내줬다. 전반 26분에는 역습 수비 상황에서 가마다 다이치(프랑크푸르트)에게 추가 실점했다. 한국은 후반 38분 코너킥 수비 상황에서 엔도 와타루(슈투트가르트)에게 헤딩골까지 내주며 주저앉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정협(경남), 이동경(울산), 이진현(대전) 등 공격자원을 줄줄이 투입했지만,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후반 39분에야 이동준이 첫 유효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현역 시절 일본전에서 2골을 넣었던 안정환 해설위원은 “한일전은 승패만 남는 잔인한 경기다. 킥오프를 앞두고 동료들과 ‘마지막 경기라 생각하고 죽기살기로 뛰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한국이 경기력에 큰 차이가 없는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오랜 기간 압도한 건 “무조건 이긴다”며 투혼을 불태운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슈팅 수(6대19)는 물론, 파울 수(7대12)에서도 밀렸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제공권이 낮은 한국 공격진에 속도가 느린 롱패스를 때렸다. 미드필드 싸움에서도 철저히 밀렸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홍철(울산)을 선발 기용한 것도, 카타르리그 선수(남태희·정우영)에 집착한 것도 의아하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부족했고, 경기 중 팀을 이끌 리더도 보이지 않았다. 골키퍼 김승규(가시와)가 아니었다면 5, 6실점도 가능한 졸전이었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한일전 엔트리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홍철, 주세종(감바 오사카), 손흥민 등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은 선수를 합류시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주세종과 손흥민은 결국 다른 선수로 교체됐고, 홍철은 선발 출전했지만 부진했다. 한일전 완패로 벤투의 ‘불통 리더십’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더욱 거세어 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우려 속에 일본 원정을 강행한 축구대표팀은 A매치 완패와 함께 쓴 입맛을 다셨다. 이날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을 시작한 일본은 축구대표팀 라이벌전을 완승으로 마무리하며 올림픽 열기에 불을 지폈다. 벤투호는 26일 귀국 후 곧장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로 이동해 다음달 2일까지 ‘동일집단(코호트) 격리’에 들어간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21.03.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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